Book introduction
책소개
노래하는 볼돼지
- 시리즈 문학_김영진 그림책 01
- 연령 초등 1~2학년(7~8세)
어느 순간 큰 무대에 선 인기 가수가 되어 있다면……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를 수많은 팬들이 내 이름을 열광적으로 외쳐 대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노래를 잘 한다고 학교에서 칭찬을 듣고 신이 난 볼돼지. 가족들 앞에서 노래 솜씨를 뽐내보고 싶지만 가족들은 그런 마음을 알아주질 않습니다. 시무룩한 볼돼지 앞에 갑자기 나타난 낯선 아저씨. 그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서는 어리둥절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볼돼지는 당장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해야 하는 인기 가수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노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한 볼돼지였지만, 막상 커다란 무대 위에 서게 되자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그러나 관객들이 원하는 가수는 오직 볼돼지뿐!
이제 볼돼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러자 긴장되고 떨리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무대를 휘저으며 멋지게 노래를 불러제낍니다. 열광하는 관객들 앞에서, 볼돼지는 마음이 붕 떠오릅니다.
이 꿈같은 시간을 깨우는 건 엄마의 목소리입니다. 볼돼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엄마에게로 가지요. 하지만 볼돼지의 가슴은 아직도 흥분과 설렘으로 쿵쾅거립니다.
‘어린이의 좌절감’을 이해하는 그림책
볼돼지는 지극히 평범한 어린이를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성격이 그다지 특이하지도 않고,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어린이들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자기만의 열망 혹은 숨겨진 열정 같은 것이 타오르고 있지요.
볼돼지의 열정은 노래를 향해 타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또 잘 부르기도 해서 칭찬까지 받은 마당에, 가족들 앞에서 한 번 뽐내 보고는 싶은데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심통을 부리거나 떼를 쓸 배짱도 없습니다.
너무나 사소해서 어른들은 쉽게 지나쳐 버리기 일쑤인 이런 일들이, 조그만 일에도 눈물이 고이는 어린 시절에는 나름대로 하나의 좌절로서 경험되기도 합니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삶 속에서 흔히 겪는 이러한 절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어린 독자들이 흡족해 할 통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또한 잊지 않습니다. 볼돼지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 때문에 화가 났었지만, 집안 식구들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 솜씨를 뽐내는 잠시 동안의 상상만으로 완벽한 기분 전환을 이뤄내지요. 한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되고, 온통 행복한 기분으로 가득 차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모르는 상상 속 세상
어린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하는 상상의 세계. 그곳에서는 누구나 마음 속에 바라는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도 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가슴 속 깊이 숨겨두었던, 그래서 종종 잊곤 했던 꿈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요.
그러나 우리가 종종 잊어버리는 것─그것은 이렇게 대단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계로 통하는 문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볼돼지는 외삼촌 방문을 여는 순간 환상 속에 들어서게 되지요. 외삼촌이 노래를 가르쳐주곤 했던 그 방은 볼돼지가 가수로 변신하기에 가장 적절한 장소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꼭 그곳이 아니어도 볼돼지의 환상 여행은 가능했을 것입니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건 어린이들은 꿈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쉽게 발견하고,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가 있으니까요. 그 문을 드나드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우리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일 겁니다.
이렇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줄거리를 작가는 다양하고 적절한 화면 구성과 배색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서》《마법에 빠진 말썽꾸러기》 등에서 보여주었던 재치 있는 상상력과 섬세한 필치는 독자로 하여금 자꾸만 그림으로 눈이 가게끔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가 실제 자신의 방 풍경을 응용하여 그렸다는 그림 속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볼거리들,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표현된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눈여겨보는 재미가 아주 그만인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