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troduction
책소개
관리의 죽음신간
- 시리즈 문학_작가앨범
- 연령 초등 전학년(8~13세), 학부모·성인(20~100세)
“안톤 체호프는 가장 위대한 단편 소설 작가이다.” ― 레이먼드 카버
단편 소설의 대가 안톤 체호프와 이 시대의 작가 고정순이
그려 낸 우리들의 웃픈 자화상 《관리의 죽음》
“그깟 재채기 하나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린 관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낄낄 웃다가 섬뜩할 것이다!”
불안이 만들어 낸 병적인 집착에 관하여…
어느 멋진 저녁, 회계원 이반은 오페라 공연을 보면서 행복의 절정을 느끼고 있던 도중 갑자기 재채기를 한다.
“에취!”
그런데 그만, 앞에 앉아 있던 다른 부서의 장관에서 침을 튀기고 만다. 장관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이반이 거듭 사과를 하자 장관은 “제발! 공연 좀 봅시다!”라며 짜증을 낸다. 이반은 점점 더 깊은 불안감에 사로잡히며, 장관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진다. 공연 쉬는 시간과 장관의 집무실을 찾아가는 등 이반은 장관에게 계속 사과를 하고, 마침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관은 발을 구르며 소리친다. “꺼져!!” 극도의 불안감에 빠진 관리 이반은 결국 믿을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는데….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관리의 죽음〉은 사소한 일에 병적으로 집착한 회계원 이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단편 소설의 대가이자 뛰어난 극작가였던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은 강렬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마치 한 편의 연극이 펼쳐지는 듯하다. 고정순 작가는 이러한 점을 예민하게 포착해, 마치 연극의 막이 오르고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보듯 이야기를 구성하고,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고 날카로운 펜 선 그림으로 이미지를 극대화하며 표현해 냈다. 고정순 작가가 만들어 낸 무대 위에서 한껏 과장된 표정을 짓고 몸짓으로 공연하는 주인공 이반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그림책을 보는 동안 작은 소극장 맨 앞자리에 앉아 오감으로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취!”
모든 것은 재채기 하나로 시작되었다.
인생이란 무대 위에 선 불안한 영혼을 위한, 블랙 코미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는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 프랑스의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 작가라고 불리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일반 소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전달하기로 유명한 리얼리즘의 대가 체호프는, ‘하찮음 속에서 진실’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집필했다. 《관리의 죽음》은 이러한 체호프 문학의 특징이 특히나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소심한 관리 이반을 죽음으로 몰아붙인 것은 아주 사소한 재채기 때문이었는데, 이 이야기 안에 담긴 날카로운 풍자는 보는 이들에게 가슴 어딘가를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안겨 준다.
고정순 작가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잘 살아 있는 《관리의 죽음》을 ‘연극’이라는 구조 안에 넣어서, 막이 오르고 내리기까지의 한 편의 연극처럼 표현해 냈다. 처음 책을 펼치면, 한 사람이 공연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홀로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암전이 지나간 뒤에는,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로 이반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재채기 사건이 벌어진다. 이반이 장관에게 계속해서 사과를 건네는 과정 속에서,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몇몇 등장인물들이 극 안의 상대가 아닌 정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책을 보고 있는 독자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눈을 맞추는 의도된 장면으로, 독자들을 연극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준다. 이야기가 절정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 장관의 외침에 충격을 받은 이반의 배 속에서 무언가 터져 버리고 이반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살아가고자 하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없애는 암전 뒤, 그림은 텅 비어 버린 객석만을 비추며 이야기가 끝났음을 알려 준다. 사정없이 지질하고 하찮은 이반을 비웃으며 낄낄대던 관객이자 독자들은 이 순간, 알 수 없는 허무와 자신을 엄습하는 무언가에 섬뜩한 기분이 들고 만다.
《관리의 죽음》은 겨우 재채기 하나로 운명을 달리한 평범한 관리 이반의 이야기로 우리 가슴 속에 자리한 불안감을 자극하며 묵직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또 “어떻게 나를 지킬 것인가?”라고….
고정순 작가의 펜 끝에서 거칠고 날카롭게,
웃기고 슬프게 그려진 우리들의 자화상!
고정순 작가는 작품마다 다채로운 그림 스타일을 보여 주는 그림책 작가다. 한 인간이 지닌 두 가지 내면에 관한 안데르센 원작의 그림책 《그림자》에서는 목탄을 이용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그려 냈고,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강아지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63일》은 판화의 기법 중 하나인 에칭으로 그림을 표현해 냈다. 작가는 작품마다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내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데, 때로는 미련하리만큼 고집스러운 이러한 작업 스타일이 결국엔 고정순 작가 고유의 스타일로 만들어 내고야 만다.
그림책 《관리의 죽음》에서 고정순 작가는 0.1mm 피그먼트 펜으로 그린 펜화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거칠고 과감하게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그려 낸 펜 선은 주인공 이반의 불안하고 뾰족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며, 우리들 각자 마음속에 숨기고 싶은 불안의 모습들을 여과 없이 마주하게 한다.
흰 종이를 가득 채운 거칠고 날카로운 펜 선 자국들은 주인공 이반의 위태로우면서 동시에 심약한 감정을 잘 보여 준다. 또 장면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그림 일부가 수정액으로 지워져 있거나, 채 완성되지 않은 펜 선 자국들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등장인물의 연속 동작 중 먼저 했던 행위가 시간차를 두고 사라지는 느낌과 그로 인해 이반의 마음에서 점점 커지는 불안의 과정을 담아냈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그림책에서 그림만이 갖는 특유의 가독성을 지니길 바랐다.
이번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피그먼트 펜 22개를 썼다는 작은 사실로도 고정순 작가의 고집과 열정을 만날 수 있는, 더 없이 특별한 그림책 《관리의 죽음》이다.
전문가의 작품 해설을 통해
리얼리즘의 대가, 안톤 체호프를 만나다!
《관리의 죽음》의 말미에 수록된 이수경 교수(건국대학교 동화·한국어문화학과)의 작품 해설에는 ‘진실한 삶의 모습을 전달하는 리얼리즘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생애와 작품관이 담겨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발돋움한 체호프의 삶을 들여다보면, 처음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문학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천생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결핵에 걸려 몸이 약해진 상황에서도 의사와 작가 활동을 동시에 병행하고, 사할린과 유럽으로 떠난 여행에서 그곳에서 만난 소시민들의 눈물겨운 삶을 지켜보면서 체호프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견문을 넓히며 이전보다 더 폭넓게 사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소시민의 삶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전달’하는 작가가 된 체호프는 당시 암울하고 모순으로 가득 찬 러시아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된다.
체호프는 평범한 일상을 묘사하는 단편 소설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데, 사소한 일들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경우가 많다. 그중 체호프의 문학 스타일이 특히 잘 살아 있는 작품이 바로 〈관리의 죽음〉이다. 참을 수 없는 재채기 하나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평범한 관리 이반의 모습을 통해, 체호프는 인간의 소심하고 나약한 마음을 표현하며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공부하고 번역하기도 했던 이수경 교수의 해설은, 누구나 쉽게 체호프의 삶과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제 고정순 작가의 멋진 펜화와 이수경 교수의 해설로 완성된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 앨범’ 시리즈 《관리의 죽음》을 더욱 심도 깊게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