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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
글·그림 이은경 | 2024-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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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 208×294mm / 16,000 / 초판 ISBN_13 978-89-5582-774-3 / KDC 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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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_인생 그림책 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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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모든 연령(0~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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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엄마 #딸 #가족 #돌봄 #삶 #인생 #사랑 #추억 #알츠하이머 #치매 #실버 #시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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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순간들이 사랑으로 가득하길….”
가장 다정하고 오래된 사랑, 엄마
기억을 잃어 가는 엄마와 딸의 황금빛 하루
“내가 마법의 주문을 기억하는 한,
엄마의 퍼즐 한 조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엄마의 기억은 퍼즐 같습니다. 조각이 하나둘 떨어져 나간 것처럼 엄마의 기억에 빈자리가 조금씩 늘어 갑니다. 그런 엄마를 만나러 집으로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아이들을 보게 되고,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만한 나이일 때 엄마와 만든 특별한 추억이 있거든요. 예전에 엄마는 떨어지기 싫어하는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어 주곤 했습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슴을 콩콩 두드리면 엄마랑 연결된다고 말하면서요. 엄마의 사랑이면 무서울 게 없던 시절들, 그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기억을 조금씩 잃어 가는 엄마가 언젠가 나를 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랑으로 가득한 기억 조각마저 사라지면요….
서둘러 집에 도착했는데, 문은 열려 있고 엄마가 없습니다. 정신없이 갈 만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 한참 만에 만난 엄마. 그런데 어쩐지 엄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마법의 주문’이 떠오릅니다. 조심스레 엄마를 부르듯 가슴을 콩콩 두드리자 그제야 엄마가 나를 알아보고 활짝 웃어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기억을 잃어도 우리 둘의 가슴이 연결되어 있고 내가 마법의 주문을 기억하는 한, 엄마의 퍼즐 조각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정한 둘의 모습 위로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집니다. 마치 우리 가슴에서 영원히 빛날 엄마의 사랑처럼요.
엄마와 딸의 사랑을 감성적인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이은경 작가의 그림책, 《퍼즐》입니다.
“엄마만 거꾸로 가는 시계, 딱똑딱똑딱똑…딱.”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기차 안. 옆자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어렸을 적 일이 떠오릅니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유치원에 가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요. 유난히 겁이 많던 나에게 엄마는 온 세상이었습니다. 엄마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었지요. 그랬던 엄마가 조금씩 기억을 잃어 갑니다. 걱정을 안고 서둘러 집으로 갔는데 집 안 어디에도 엄마가 없습니다. “대체 어딜 간 거야!” 엄마를 찾으러 나가려는 순간, 문득 거실 탁자에 눈길이 갑니다.
엄마는 기억이 희미해지자, 거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기억해야 할 것들을 모아 놓기 시작했습니다.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액자에 빼곡합니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입니다. 갓난아기였을 때, 바이올린 연주회,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된 날, 졸업식…. 엄마에게 소중한 기억들은 어쩜 이렇게 나에 대한 것들 뿐일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거실을 뒤로하고 나와, 집 앞부터 근처 공원 등 엄마가 갈 만한 곳을 찾아다닙니다. 혹시나… 하는 불길한 생각을 삼키면서요. 그때, 문득 그 장소가 떠오릅니다. 유치원 버스를 타고 내리던 곳, 엄마가 항상 나를 마중 나와 줬던 곳입니다. 자전거 페달을 재촉하며 그리로 가 보니, 그 옛날 나를 기다리던 그 모습처럼 엄마가 앉아 있습니다. 손에는 유치원 때 내가 좋아했던 샌들을 꼭 쥐고요.
“문득, 엄마가 머무는 기억의 어디쯤과 지금 나와의 간격을 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여기 있고, 엄마는 여기에 없다.” (본문 중에서)
그리웠던, 나의 전부였던 엄마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갑니다. 엄마의 머리 위로 따스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립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엄마와 마주 보는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선물이었다는 걸….
사실 엄마가 앉아 있던 이 자리에는 나와 엄마만의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유독 엄마에게서 떨어지기 싫어하던 나를 위해 엄마는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가슴을 콩콩 두드리는 마법의 주문을 걸어 주곤 했습니다. 우리 심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멀리서도 가슴을 콩콩 두드리면 서로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면서요.
혹시 엄마는 그때의 기억 속에 있는 걸까요? 노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어린 나를 기다리고 있을 엄마에게 다가갑니다. “엄마” 하고 불러도 답이 없어, 엄마의 가슴을 콩콩 두드려 봅니다. 예전에 엄마가 내 가슴을 콩콩 두드려 준 것처럼요. 그제야 엄마가 나를 알아보고 활짝 웃습니다. 이제 내가 엄마에게 주문을 걸어 줄 차례입니다.
“내가 우리의 마법 주문을 기억하는 한, 엄마의 퍼즐 한 조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머문 자리는 우리를 또 살아가게 할 테니까….” (본문 중에서)
엄마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 하늘이 노을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보낸 하루하루가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또한 소중하다는 것도요. 우리의 사랑이 담긴 기억의 조각들이 금빛 노을처럼 반짝입니다.
엄마와 딸의 추억과 아름다운 사랑을
한 문장 한 문장 놓치기 아까운 시적인 글과
햇살 같은 수채화로 그려내다!
《너에게 세상을 줄게》로 아이를 향한 너른 사랑을 보여주었던 이은경 작가가 이번에는 엄마를 향한 깊고 아련한 사랑을 담아 《퍼즐》을 출간했습니다.
이은경 작가는 주로 사용하던 선명한 색상의 유화 대신 종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수채화와 자유로운 펜 드로잉으로 사려져 가는 기억과 엄마를 향한 사랑을 따뜻하고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엄마가 기억하기 위해 모아둔 액자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 엄마의 사랑이 담긴 추억 속 장면들, 노랗게 물든 낙엽 위로 펼쳐진 아름다운 하늘빛…. 이런 눈부시게 화사한 장면들은 마치, 기억을 잃는다 해도 엄마의 사랑은 추억이 되어 우리 가슴 속에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또한 이은경 작가의 시적인 글이 그림과 만나 깊이를 더합니다. “나는 인생이 종종 퍼즐 같다고 생각해.”로 시작하며 엄마의 치매를 ‘퍼즐’이라는, 은유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것뿐 아니라 여백이 느껴지는 문장이 독자들의 마음을 머물게 하고 문장을 곱씹게 합니다.
“나는 인생이 종종 퍼즐 같다고 생각해.
쓰러진 물컵 속에서 본 절망, 참다가 터져 버린 눈물,
때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도 모두 내 인생의 조각이야.
기억의 일부만 남기고 사라진 작은 존재들… 그리고 엄마의 심장이 뛰는 소리….” (본문 중에서)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떠올려 보게 됩니다. 나에겐 어떤 기억이 소중했는지와 오늘이 얼마나 선물 같은 하루였는지를요. 우리의 가장 오래된 사랑 엄마, 그리고 엄마에게 받은 사랑이 우리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빛나는 그림책 《퍼즐》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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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 이은경
아이들과 집에서 뒹굴뒹굴 책 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악어가 쿵, 작은 새가 포르르》, 《아기만 좋아해》, 《질문의 그림책》, 《배추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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