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troduction
책소개
작은 배추
- 시리즈 문학_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044
- 연령 유아(4~6세), 초등 1~2학년(7~8세)
배추꽃을 아시나요? 샛노란 꽃이 왕관처럼 피어난, 작은 배추의 성장 이야기
언덕 위에 감나무가 오도카니 서 있고, 그 옆에서 배추 떡잎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어요. 배추밭에서 떨어져 나와 감나무 옆에서 싹을 틔운 거예요. “나는 누구일까?” 작은 배추는 자기가 누구인지 궁금했어요. 감나무는 “아직 어린 애구나.” 하면서 작은 배추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어요. 작은 배추는 부지런히 자랐지만 다른 배추들에 비하면 여전히 작았어요. 몸을 쭉쭉 뻗어 체조도 해 보고 추위에도 끄떡없게 머리띠도 질끈 묶었지만, 소용없었어요.
겨울이 다가오자, 밭에 있던 배추들은 트럭에 실려 채소 가게로 떠났어요. 넓디넓은 세상에 저 혼자만 남겨진 것 같아 서러웠지요.
하지만 작은 배추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곁에는 든든한 감나무가 있었어요. 배추라면 누구나 채소 가게로 떠나야 하는 줄로만 알았던 작은 배추에게, 감나무는 다가올 봄과 햇살과 나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요. 봄이 되면 작은 배추도 몰라보게 쑥 커질 거라고도 했어요. 작은 배추는 생애 첫 봄을 기대하며,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잠이 듭니다. 감나무의 말대로, 겨울을 이기고 나면 작은 배추도 다른 배추들만큼 쑥 커 있을까요?
어린이의 성장을 든든하게 지켜보고 응원하는, 감나무의 이야기
이 그림책에는 넓은 배추밭에 배추 하나, 감나무 한 그루 등장할 뿐인데도 천진난만하고 활달한 기운이 한껏 느껴집니다. 작은 배추가 어린이를 꼭 닮았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들은 궁금한 것도 많고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은 작은 배추에게서 자신과 꼭 닮은 점을 발견하고 반가워할 것입니다.
작은 배추가 난생처음 봄을 맞이하고 꽃을 활짝 피우기까지, 감나무의 든든한 보살핌은 큰 힘이 되었어요. 감나무는 자신보다 한참 아래 있는 작은 배추의 말에 귀 기울이려고 기꺼이 몸을 낮췄습니다. 작은 배추 곁을 그림자처럼 지켜 줄 뿐,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간섭하거나 뭔가 가르치려 들지도 않았어요. 때로는 부모 같기도 하고, 때로는 형이나 친구로도 다가오는 감나무가 그래서 더더욱 믿음직스럽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 내고 봄을 맞이했을 때, 작은 배추는 감나무의 말대로 쑥 커 있었어요. 그뿐인가요. 꼭대기에 눈부신 꽃을 활짝 피웠지요. 감나무를 처음 만났을 때 “넌 누구야?” 하고 천진하게 묻던 작은 배추가 감나무에게 뒤늦게나마 존중의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그 인사말 속에 작은 배추의 눈부신 성장이 수줍게 담겨 있습니다.
두 작가의 30년 호흡이 빚어 낸 글과 그림의 완벽한 조화
글을 쓴 구도 나오코는 일본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동화작가이자 이름난 시인입니다. 대표 시집 《들판의 노래》를 아끼는 독자들을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화가 호테하마 다카시와 손잡고 해마다 ‘시화 달력’을 선보여 왔지요. 이렇듯 30여 년 동안 호흡을 맞춰 온 덕분에 두 작가는 이 책에서 글과 그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 책은 그림만 놓고 보면 묵직한 회화 작품집 같지만 글과 그림을 함께 읽으면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아기자기해지고 인물에서 활달함과 생기가 전해집니다. 눈코입도 없고, 손발도 없이 배추 한 포기만 등장하는 그림이 “작은 배추가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들었습니다.”라는 글과 만나니 전혀 다르게 보이지요. 정말로 배추가 한껏 입을 벌려 소리치는 것 같고, 까치발을 하고 손을 쭉 뻗어 마구 손짓하는 것 같아요. 작은 배추가 씩씩하게 체조하며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감나무에 달린 홍시감과 이파리가 음표 모양을 그리며 작은 배추의 흥겨운 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어요. 우뚝 선 감나무와 땅에 붙은 작은 배추 그림 사이에 글을 꼭 알맞게 담은 덕분에 둘이서 이야기 나누는 대목들이 생생하고 정겹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