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troduction
책소개
게와 원숭이와 냠냠 시루떡(절판)
- 시리즈 문학_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1
- 연령 유아(4~6세), 초등 1~2학년(7~8세)
원숭이 엉덩이가 빨갛고, 게 집게발에 털이 난 이유
옛이야기 그림책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로 장난기 많고 천진한 동물 주인공을 선보인 박재철 작가가 이번엔 시루떡 때문에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동물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게와 원숭이가 층층 돌 쌓기를 하며 놀다 보니 시루떡 생각이 났어요. 떡집으로 달려가니 방금 찐 시루떡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네요. 저걸 어떻게 먹을까 하는데, 원숭이가 꾀를 냈지요. 게가 방에 들어가 아기를 집게발로 깨물면, 그 틈에 원숭이가 시루떡을 들고 나오기로 한 거예요. 계획대로 시루떡을 손에 넣었지만, 게는 먹을 수가 없었어요. 원숭이가 나무 위에 올라가 혼자만 냠냠 시루떡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떡시루가 날아가 게 앞에 쿵 떨어졌지 뭐예요. 게는 시루떡을 들고 자기 집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이번에는 원숭이가 시루떡을 못 먹게 되었지요. 원숭이는 어떻게 했을까요? 게 집 구멍에 대고 똥을 눠 버렸어요. 화가 난 게가 원숭이 엉덩이를 집게발로 꽉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만 털이 홀라당 빠졌지요. 원숭이 엉덩이에서 빠진 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게 집게발에 찰싹 붙어 버렸다는 이야기예요.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말하는 유래 이야기의 매력
옛이야기에는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이 등장하여 흥미를 끄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 게와 원숭이가 주인공입니다. 왜 하필 게와 원숭이일까요?
원숭이 엉덩이가 털이 없이 빨갛다는 건 다들 알고 있지요. 그럼, 집게발에 털이 수북한 게가 있다는 것도 아는지요? 게는 대개 온몸이 매끈하지만, 바닷가 바위틈에 사는 풀게나 강 하류에 사는 참게는 집게발에 털 다발이 있습니다. 이렇게 몸 한 부분에만 털이 있는 게와 몸 한 부분에만 털이 없는 원숭이를 연결하여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유래 이야기가 생겨났습니다.
심리학자이자 옛이야기 연구자인 브루노 베텔하임은 옛이야기는 어린이가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옛이야기를 신뢰한다고 말합니다. 아직 추상적인 설명을 이해할 수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옛이야기의 설명 방식이 훨씬 믿을 만하다는 것이지요. 어린이들은 스스로의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과학적으로 옳은 답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 만물에 대해 스스로 알아 갈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세상과 맞닥뜨릴 힘을 얻게 됩니다.
뭐든지 ‘왜?’ 하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믿음을 키워 나가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이다운 행동과 표정을 살린 천진하고 익살스러운 그림
게와 원숭이는 생김새도 딴판이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이 책을 보면 둘이 함께하는 게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영락없는 장난꾸러기 아이들 모습이지요. 시루떡이란 소재도 요즘 아이들한테 크게 와 닿지 않을 법한데, 이 책에서는 그냥 ‘시루에 찐 떡’이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냠냠 시루떡’이지요.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시루떡을 먹을 때 표정을 보세요. 꽃이 날아다니고 만면에 웃음을 띤 것이 보는 사람마저 행복해질 정도지요.
게와 원숭이가 주고받는 대화는 실제 아이들 대화처럼 천진하고, 시루떡 먹을 생각에 웃었다가 삐쳐서 화내고 심술을 부리는 것이 익살스럽고 생생합니다. 게다가 ‘똥 누기’라니, 꼭 아이들이 생각해 낼 법한 심술이지요. 원숭이가 게 집 앞에 똥을 누는 장면에서 장난에 열중한 원숭이의 표정을 보면 절로 폭소가 터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