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Event
공지사항 / 이벤트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문학상 심사평
등록일 2025-07-14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문학상 공모전 심사평
심사위원: 김경연(아동문학가), 한윤섭(동화작가), 류재향(동화작가)
[수상작]
대상: 임화선 작가『그래, 파도를 건너다』
우수상: 김울림 작가『복소리, 시간을 감다!』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문학상의 응모작은 무려 425편이었다. 이런 뜨거운 호응은 무엇보다도 30년 동안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해 온 길벗어린이에 대한 기대를 보여 주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동화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확인시키기도 하는 것이어서 심사위원들은 설레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본심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주제의식이 부족하고 인물의 캐릭터가 평면적이며 서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문장, 문단 쓰기에 문제가 많았고 무엇보다 아동문학에 대한 이해와 성실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동화를 쓰려는 사람은 어린이라는 개별적인 존재와 어린이 주변의 사람들, 그들의 삶과 사회에 대해 섬세하게 관찰하고 질문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지면 위에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완성할 수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숙독 끝에 본심에서 논의한 작품은 모두 5편이었다. 고학년 동화가 3편, 중학년 동화가 2편으로, 공모전에서는 분량상 서사가 좀 더 풍부한 고학년 동화가 저·중학년 동화보다 유리한 편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특명! 이화 마을을 지켜라』는 국보급 비석이 발견된 이화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서 발생한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해 아이들이 해결에 앞장서는 내용으로 소재가 신선하고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거리는 거의 캠페인으로 마무리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좀 더 욕심을 부려 보면, 비석의 가치와 마을 공동체의 의미가 좀 더 밀도 있게 다뤄지면 어땠을까 싶었고, 작가의 시점을 넘어서는 아이들의 언어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았다.
『HP는 바닥이지만』은 학폭 가해자에게 게임을 통한 일종의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로, 비교적 전문적인 게임 용어와 상황이 나오지만 전후 문맥에서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이러한 설정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자연스러운 것 역시 장점이었다. 하지만 학폭의 복수에서 고의가 아닌 일종의 사기 사건의 해결, 그리고 말미의 부모 이혼에 대한 일인칭 화자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궤도의 일관성에 의문이 들었다. 또한 날 것의 유행어들, 급한 화해, 학폭에 대한 무게감의 부족, 현실성 떨어지는 상황, 말미의 어색한 대사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쇼미더 래퍼 할머니』는 할머니와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으로, 그 설정이 아주 새롭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리라는 결말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읽는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이런 재미는 동화의 큰 미덕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두 살 화자의 할머니는 거의 화자의 증조할머니뻘로 느껴졌다. 말하자면 숨어 있는 화자가 아이가 아닌 중년의 어른이 아닐까 싶었다. 이 작품 역시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동화를 쓸 때 그 시점을 견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었다. 또한 타임라인이 좀 얽히면서 촘촘하지 않은 시간 설정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주요 소재인 랩 장르에 대한 고찰도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복소리, 시간을 감다!』는 우연히 갖게 된 시계의 태엽을 감아 과거로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무엇보다도 속도감 있고 통통 튀는 화법이 매력적이었고,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시계라는 설정은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했다. 시간을 돌려 돌아가는 시점이 불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급식 시간이나, 또는 좋아하는 남자애를 더 볼 수 있는 피구 시간에 그치는 것에 살짝 아쉬움이 들었으나, 타임 루프라는 흔한 소재를 흥미롭고 참신하게 녹여 냈을 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마지막 마무리도 돋보였다.
『그래, 파도를 건너다』는 아빠의 고향 바닷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엄마와는 떨어져 살게 된 화자가 엄마의 바다를 인정하고, 서핑을 배우며 자신만의 파도를 대면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잔잔하면서 결이 고운,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처럼 이어지면서 짜임새 있는 장면 구성과 바다라는 공간감의 묘사는 자연스럽게 독자를 화자의 눈으로 보도록 유도했다. 인물들의 당면한 문제를 삶 일반의 문제와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은유적 기능도 큰 미덕이었다. 많은 동화에서 만날 수 있는 소심하고 자기 비하적 인물이 아니라 차분하고 성숙한 심성을 읽을 수 있는 인물의 설정은 작가의 어린이 독자에 대한 믿음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어서 믿음직스럽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그래, 파도를 건너다』를 대상작으로, 『복소리, 시간을 감다!』를 우수작으로 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본심에 오른 작가들에게도 특별히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귀한 응모작을 보내 준 모든 작가에게도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대표 집필: 김경연
심사위원: 김경연(아동문학가), 한윤섭(동화작가), 류재향(동화작가)
[수상작]
대상: 임화선 작가『그래, 파도를 건너다』
우수상: 김울림 작가『복소리, 시간을 감다!』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문학상의 응모작은 무려 425편이었다. 이런 뜨거운 호응은 무엇보다도 30년 동안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해 온 길벗어린이에 대한 기대를 보여 주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동화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확인시키기도 하는 것이어서 심사위원들은 설레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본심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주제의식이 부족하고 인물의 캐릭터가 평면적이며 서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문장, 문단 쓰기에 문제가 많았고 무엇보다 아동문학에 대한 이해와 성실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동화를 쓰려는 사람은 어린이라는 개별적인 존재와 어린이 주변의 사람들, 그들의 삶과 사회에 대해 섬세하게 관찰하고 질문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지면 위에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완성할 수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숙독 끝에 본심에서 논의한 작품은 모두 5편이었다. 고학년 동화가 3편, 중학년 동화가 2편으로, 공모전에서는 분량상 서사가 좀 더 풍부한 고학년 동화가 저·중학년 동화보다 유리한 편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특명! 이화 마을을 지켜라』는 국보급 비석이 발견된 이화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서 발생한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해 아이들이 해결에 앞장서는 내용으로 소재가 신선하고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거리는 거의 캠페인으로 마무리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좀 더 욕심을 부려 보면, 비석의 가치와 마을 공동체의 의미가 좀 더 밀도 있게 다뤄지면 어땠을까 싶었고, 작가의 시점을 넘어서는 아이들의 언어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았다.
『HP는 바닥이지만』은 학폭 가해자에게 게임을 통한 일종의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로, 비교적 전문적인 게임 용어와 상황이 나오지만 전후 문맥에서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이러한 설정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자연스러운 것 역시 장점이었다. 하지만 학폭의 복수에서 고의가 아닌 일종의 사기 사건의 해결, 그리고 말미의 부모 이혼에 대한 일인칭 화자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궤도의 일관성에 의문이 들었다. 또한 날 것의 유행어들, 급한 화해, 학폭에 대한 무게감의 부족, 현실성 떨어지는 상황, 말미의 어색한 대사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쇼미더 래퍼 할머니』는 할머니와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으로, 그 설정이 아주 새롭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리라는 결말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읽는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이런 재미는 동화의 큰 미덕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두 살 화자의 할머니는 거의 화자의 증조할머니뻘로 느껴졌다. 말하자면 숨어 있는 화자가 아이가 아닌 중년의 어른이 아닐까 싶었다. 이 작품 역시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동화를 쓸 때 그 시점을 견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었다. 또한 타임라인이 좀 얽히면서 촘촘하지 않은 시간 설정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주요 소재인 랩 장르에 대한 고찰도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복소리, 시간을 감다!』는 우연히 갖게 된 시계의 태엽을 감아 과거로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무엇보다도 속도감 있고 통통 튀는 화법이 매력적이었고,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시계라는 설정은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했다. 시간을 돌려 돌아가는 시점이 불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급식 시간이나, 또는 좋아하는 남자애를 더 볼 수 있는 피구 시간에 그치는 것에 살짝 아쉬움이 들었으나, 타임 루프라는 흔한 소재를 흥미롭고 참신하게 녹여 냈을 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마지막 마무리도 돋보였다.
『그래, 파도를 건너다』는 아빠의 고향 바닷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엄마와는 떨어져 살게 된 화자가 엄마의 바다를 인정하고, 서핑을 배우며 자신만의 파도를 대면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잔잔하면서 결이 고운,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처럼 이어지면서 짜임새 있는 장면 구성과 바다라는 공간감의 묘사는 자연스럽게 독자를 화자의 눈으로 보도록 유도했다. 인물들의 당면한 문제를 삶 일반의 문제와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은유적 기능도 큰 미덕이었다. 많은 동화에서 만날 수 있는 소심하고 자기 비하적 인물이 아니라 차분하고 성숙한 심성을 읽을 수 있는 인물의 설정은 작가의 어린이 독자에 대한 믿음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어서 믿음직스럽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그래, 파도를 건너다』를 대상작으로, 『복소리, 시간을 감다!』를 우수작으로 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본심에 오른 작가들에게도 특별히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귀한 응모작을 보내 준 모든 작가에게도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대표 집필: 김경연